🌾 [2025년 6월 3일 대통령 선거 후기]
시골 투표소에서 만난 살아 있는 민주주의
2025년 6월 3일,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
나는 작은 시골 마을의 제2투표소에서 투표사무원으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새벽 4시 30분 출근, 저녁 8시 20분 퇴근.
몸은 고되고 지쳤지만, 마음은 오히려 더 단단해졌습니다.
그 하루는 잊지 못할 **국민들의 ‘진심’**으로 가득했습니다.
🗳️ 세대를 잇는 공간, 투표소
내가 근무한 곳은 면 단위의 작은 시골 투표소였습니다.
도시처럼 복잡하진 않았지만,
그 조용한 공간 안엔 모든 세대가 함께하는 진심의 무게가 있었습니다.
95세 어르신은 종이보다 얇은 손을 떨며 천천히 걸어오셨고,
2007년생 유권자는 첫 투표에 당당하게 임하는 모습이
잠시 투표소의 공기를 밝게 물들였습니다.
세대를 넘어 함께 선 그 순간,
민주주의는 단지 제도가 아니라
‘살아 있는 연결’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 새벽 5시 15분, 기다림의 품격
투표는 오전 6시부터였지만,
새벽 5시 15분, 이미 몇몇 어르신들이 조용히 줄을 서 계셨습니다.
한 분이 조용히 말했습니다.
“6시쯤이면 열겠지요. 기다리겠습니다.”
그 말에는 국민으로서의 책임감과 인내의 아름다움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분들의 기다림은 기록되지 않아도,
기억될 격조 높은 장면이었습니다.
🧓 몸보다 앞선 의지, 걸어오신 어르신
바깥을 내다보니 길가에 앉아 계신 어르신 한 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스쳤지만
정신없이 바쁜 투표 업무 속에 잊고 있었습니다.
조금 뒤,
그 어르신은 한 걸음씩, 아주 천천히 우리 쪽으로 다가오셨습니다.
투표소 앞 계단에 앉아 한참을 쉬신 후,
마지막 힘을 다해 몸을 일으켜 천천히 안으로 들어오셨습니다.
“투표는 꼭 해야지요.”
그 한마디는
말보다 큰 책임감, 몸보다 앞선 신념이었습니다.
이윽고, 지나가던 이웃이 다가와
“어르신, 어떻게 오셨어요?” 하고 걱정하며
차에 태워 조용히 집까지 모셔다드렸습니다.
그 장면은 마치,
‘이웃’이라는 단어가 실체를 갖는 순간 같았습니다.
도움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그 풍경 속에
공동체의 따뜻한 숨결이 있었습니다.
🏥 “아파도, 나라 일은 해야지요”
허리 시술을 마치고 퇴원한 지 몇 시간 되지 않은 어르신도
딸의 부축을 받아 천천히 투표소에 들어오셨습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고통이 실린 숨결이 들렸습니다.
그럼에도 어르신은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아파도, 나라 일은 해야지요.”
그 말은
몸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깊은 책임감이었습니다.
누가 시켜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라,
삶 전체가 녹아 있는 한마디였습니다.
🚉 하루를 걸어온 한 표
서울에서 일을 보고 있던 유권자 한 분.
주소지 문제로 투표가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기차를 타고, 버스를 갈아타며
정류장에서 자녀의 부축을 받아 시골 투표소에 도착하셨습니다.
하루를 거의 다 쓰고 도착한 그 여정.
걱정은 오직 하나였습니다.
“혹시라도 오늘 못 찍게 되면 어쩌나 했어요.”
그리고 남긴 짧은 한마디,
“오늘은 꼭 하고 싶었어요.”
그 말은
지친 하루를 감싸는 간절함이었고,
그분의 발걸음은 단순한 이동이 아닌
‘의지의 여정’이었습니다.
👨👩👧 가족과 함께한 조용한 다짐
어떤 자녀는 부모님의 첫 투표를 응원했고,
또 어떤 자녀는 부모를 부축해 함께 들어섰습니다.
그때, 조용히 들려온 말.
“잘 찍어야 한다.”
누구를 찍으라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 안엔
이 나라가 더 나아지길 바라는 조심스러운 바람과 책임감이 담겨 있었습니다.
🙏 다른 길 위의 같은 마음
누군가는 집 앞 5분 거리,
누군가는 도시에서 하루를 걸려 도착한 먼 길.
서로 다른 거리, 다른 형편.
하지만 목적은 하나였습니다.
“내일의 대한민국을 위해.”
하루 동안,
우리는 서로 다른 길에서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었습니다.
📺 오늘, 개표는 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오늘 밤 개표 방송은 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민주주의란 단지 결과가 아닌,
‘과정을 존중하는 믿음’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누가 당선되었든, 국민을 섬기는 ‘성군’이길 바랍니다.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품으며,
책임감 있게 이끌어가는 지도자이길 간절히 바랍니다.
🌞 오늘, 살아 있는 민주주의를 보았습니다
이 하루는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고단한 몸보다 더 깊게 남은 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진심’이었습니다.
그 진심이 모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민주주의는 아직 살아 있다.”
오늘, 나는 그것을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이 감동을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