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조부모의 장례식은 직장에서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회사에 부고를 알리긴 했지만 기대하지 않았다. 실제로 얼마 전 직장 동료의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나도 그냥 지나쳤고 회사에서도 부장만 다녀갔단 걸 알고 있었다.
그러니 내 경우도 당연히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나와 친하게 지내는 직장 동료들이 장례식장까지 찾아왔다. 장례식장에서 그들을 만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사실 외할머니와 아주 가깝지는 않았기에 크게 슬픈 것도 아니었고, 조문객을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그 순간 감정이 북받쳤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혼자라고 생각했던 순간, 누군가가 나를 위로해 주었다
✅ 예상하지 못한 위로와 배려
조부모의 장례식은 직장 동료들이 참석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래서 나도 그냥 형식적인 인사나 받을 수 있으면 다행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장례식장까지 와준 동료들의 행동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우리는 너를 신경 쓰고 있어." 그 메시지가 마음 깊이 와닿았다.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행동이라는 걸 느꼈다.
✅ 인간관계에 대한 새로운 발견
나는 직장이란 곳이 단순히 업무적으로 엮여 있는 공간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퇴근 후에는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고, 개인적인 감정 교류는 많지 않은 관계. 하지만 누군가가 나를 위해 직접 발걸음을 해 준다는 것은, 그 관계가 생각보다 더 깊고 따뜻할 수도 있다는 증거였다.
✅ 누군가의 행동이 내 감정을 깨우다
외할머니와 자주 왕래하지 않았던 터라, 사실 장례식 내내 감정적으로 큰 동요는 없었다. 하지만 조문 온 동료들을 보는 순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들의 온기가 닿는 순간, 내 안에 있던 감정들이 차오르며 눈물로 흘러나왔다. 누군가의 작은 행동이 나도 몰랐던 내 감정을 건드린 것이다.
✅ 혼자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풀어짐
장례라는 것은 결국 가족끼리 조용히 치르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직장에서는 업무적인 관계일 뿐, 그 이상의 유대감을 기대하면 안 된다고 여겼다. 하지만 직장 동료들이 찾아와 준 순간, ‘나도 혼자가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혼자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누군가가 내 곁을 지켜주고 있었다.
✅ 단순한 감사와 위로의 눈물
그 순간 나를 감싼 감정은 슬픔이 아니라 감사였다. 단순히 "와줘서 고마워"라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나를 위로하려고 일부러 시간을 내어 먼 길을 찾아와 준 사람들. 그 따뜻한 행동 하나가 나에게는 너무 큰 위로가 되었다.
친구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사소한 것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것
나는 늘 ‘친구’란 존재를 대단한 것으로만 여겼다. 힘들 때 언제든 전화하면 달려와 주는 사람, 내 고민을 깊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친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친구는 그렇게 거창한 존재가 아닐 수도 있다. 하루하루 스치듯 지나가는 관계 속에서, 작은 관심과 따뜻한 행동들이 쌓여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나는 친구가 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 어쩌면 내가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나는 혼자야’라고 단정 짓고, 관계를 더 깊이 맺으려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친구란 반드시 ‘절친’이나 ‘둘도 없는 친구’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랜 시간 알고 지낸 것도 아니고, 사소한 대화를 주고받던 관계였을 뿐이지만, 그들의 따뜻한 행동은 내게 큰 위로를 주었다.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일을 통해 깨달았다.
우리는 모두 때때로 혼자라고 느낀다. 하지만 조금만 주변을 둘러보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따뜻한 손길이 다가올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손길을 받는 순간, 닫혀 있던 마음이 조금씩 열릴지도 모른다.
이제는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꼭 특별한 위로나 거창한 도움을 주지 않아도 괜찮다. 때로는 "힘들지?" 하고 건네는 한마디, "같이 가줄게" 하는 작은 행동만으로도 충분하다. 혹은 아무 말 없이 곁에 앉아 있어 주는 것, 어깨를 가만히 토닥여 주는 것, 조용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깊은 위로가 될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하더라도, 곁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따뜻한 힘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친구란, 인간관계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단순하면서도 깊다. 사소한 것들이 쌓여 서로의 마음을 나누게 되는 순간, 우리는 자연스럽게 위로가 되는 존재가 된다.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