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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알기(에세이)

선택의 무게, 그리고 나의 마음

by 김강패 2025.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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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열보일러를 할 것인가, 가스보일러를 할 것인가. 단순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이 문제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내 마음은 점점 더 복잡해졌다. 머리로는 경제성을 따지고, 장기적인 효율성을 계산하면서 최선의 결정을 내리려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무겁기만 하다.

 

왜 이렇게까지 힘이 들까?

사실, 이건 단순한 보일러 선택 문제가 아니다. 난방방식을 결정하는 일이었을 뿐이라면 이렇게까지 감정이 휘몰아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나는 또다시 모든 걸 혼자 짊어지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신축 과정에서도, 경제적인 계산을 할 때도, 가족과의 의견 차이 속에서도 결국 내가 이 모든 고민을 혼자 해야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무게가 점점 더 나를 짓누르고 있다.

가스보일러를 선택하면 나중에 아버지가 원망할까 두렵다. 그렇다고 지열보일러를 선택하면 예상보다 높은 전기요금과 초기 비용이 부담스럽다. 계산적으로는 10년 후 손익이 비슷해진다고 하지만, 나는 여전히 불안하고 답답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까지 고민하는 내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보니 이건 단순한 보일러 문제가 아니었다. ‘책임’에 대한 문제이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대한 것이며, ‘내가 짊어지고 있는 부담’의 문제였다. 그리고 그 무게를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외로움이 이 감정을 더욱더 증폭시키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이 모든 고민을 오롯이 내가 감당해야만 하는 걸까?”

어쩌면 나는 혼자 모든 걸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완벽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부담에서 조금 자유로워져야 할지도. 선택이란, 후에 또 조정해 나갈 수 있는 것이지, 단 한 번에 완벽해야 하는 것이 아니니까.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설득’이 아니라 ‘공유’**로 접근하는 게 더 나은 방법일 수 있다. 아버지가 원하는 방향을 무조건 따르거나 완강하게 맞서는 것이 아니라, 내 고민을 함께 나누고, 서로의 생각을 듣는 것이 더 중요한 게 아닐까.

그러고 보니, 나는 이 문제를 단순한 선택의 문제로 보지 않았다. 나는 이 과정에서 책임과 후회, 관계, 나 자신에 대한 기대까지도 함께 짊어지고 있었다. 그러니 답답하고 벅찰 수밖에 없었던 거다.

그래서 이제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너무 힘들어하지 않아도 돼. 네가 지금 이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네가 얼마나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인지 보여주는 거야. 하지만 완벽한 선택은 없어. 지금 이 순간, 너에게 가장 부담이 적고, 후회가 적을 것 같은 선택을 하면 돼.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하든, 필요하면 나중에 또 바꿀 수 있어.”

그러니 이제는 내 자신을 조금은 내려놓고 싶다. 그리고 이 글을 계속 보면서, 내 마음이 조금씩이라도 편안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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