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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알기(에세이)

다시 말해 봐 — 말하지 못했던 나에게 보내는 밤의 편지

by 김강패 2025.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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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하지 못했던 순간들

내 말을 중간에 끊는 사람.
나를 무시하는 눈빛과 말투.
그 순간마다 나는 늘,
순간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했다.

그저 멍하니 웃거나
고개를 끄덕이며 넘겼던 시간들.

그런데 그 시간들은
그저 흘러가지만은 않았다.

늦은 밤, 조용한 방 안에서
그 순간들이 문득문득 나를 다시 찾아온다.
그리고 나를,
그때의 무력했던 감정 속으로 다시 데려다 놓는다.


💥 그때는 침묵, 지금은 쏟아지는 말

신기하게도,
그때 아무 말도 못 했던 나는 없고
“이렇게 말할걸”, “이건 이렇게 받아쳤어야지”
말들이 다다다다 쏟아진다.

그리고 화가 난다.
왜 그땐 그 한마디를 못 했을까.
왜 나는 그렇게 바보처럼 가만히 있었을까.

자책이 시작된다.
“왜 난 항상 이 모양일까?”
“왜 나는 나를 방어하지 못할까?”

그리고 그 감정은
화에서 우울로 넘어간다.
점점 더 깊은 아래로, 끌려 내려간다.


⛓ 지하 같은 우울, 그 아래에서 들려오는 말

그곳은 지하 같았다.
깜깜하고, 조용하고,
무기력한 나만 있는 공간.

그 안에서 나는
나 자신에게조차 무시당했다.

“이렇게 살아서 뭐하냐.”
“그냥 사라져.”
“죽어서 복수해. 그게 더 낫지 않아?”

무서웠다.
이런 말이 내 안에서 나오는 게
너무 낯설고, 두려웠다.

그리고 생각했다.
“사라지고 싶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지금의 나를 지우고,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다시 시작하고 싶다.

말 못 하고,
바보처럼 웃기만 했던 내 모습을
그냥 없던 일처럼,
지워버리고 싶었다.


🕊 하지만… 이 우울에서 나를 꺼내야 해

그래, 지금 나는 우울하다.
하지만 이대로 무너지면
나는 나를 더 잃을 것 같았다.

그래서 움직였다.
작은 것부터,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것부터.

냉장고에 있던 소시지를 굽고
파김치를 얹어 먹었다.
조합은 이상했지만,
의외로 괜찮았다.

그리고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시 말해 봐.”


📣 다시 말해 봐 — 지금은 나를 위한 다짐

“다시 말해 봐.”
그 말도 사실,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말이다.

“그렇게 말하지 말아주세요.”
“지금 제 얘기 중이에요.”
“저도 할 말이 있어요.”

머릿속으로는 줄줄 떠오르지만,
막상 그 순간엔
목이 메고, 심장이 떨려서 아무 말도 못 한다.

괜찮다.
그때는 말하지 못했지만
그 감정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달라진 거다.

다음에 또 그런 상황이 와도
아직은 말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대신,
이 마음을 속이지는 말자.

“나는 말하고 싶었어.”
“나는 나를 지키고 싶었어.”

그 마음만은 꼭 기억하자.
언젠가, 정말 말할 수 있는 순간이 온다면
내 안에 이 다짐이
조용히 나를 꺼내줄 수 있도록.


💡 “다시 말해 봐”의 진짜 힘은 나에게 있다

이 말은,
그 사람을 바꾸기 위한 주문이 아니다.
그 사람은 여전히 들으려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말해 봐”는
상처받은 나에게 건네는 회복의 언어다.

  • 감정을 닫아버리지 않게 도와주는 말
  • 말하지 못한 나를 비난하지 않게 해주는 말
  • 언젠가 말할 수 있을 나를 ‘기억’하게 해주는 말

말 한마디로 누군가를 바꾸긴 어렵다.
하지만 그 말 한마디로
나는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

“다시 말해 봐”
이건 내가 다시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
돌아가기 위한 시작이다.


☕ 오늘의 한 마디

“그때는 말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나를 잃지 않기로 했다.
다시 말해 봐.
이번엔 너의 편이 되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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